No,43 : 시간의 변주곡 삼청동
Architectural Tour Network
 
이름:김은수 (vacuumes@hanmail.net)
분야:도시
지역:Seoul
2006/12/16(토)
평가:
시간의 변주곡 삼청동  

Life style]삼청동 거리엔 파리 뒷골목 정취가 흐른다

두 여성이 벽화를 감상하며 산책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결합된 삼청동의 주요 고객은 여성이다. 특히 20대 중반∼30대 중반의 ‘골드미스’들은 넉넉하면서도 초라하지 않은 삼청동에 큰 애착을 느낀다고 한다. 이훈구 기자  

서울 종로구 삼청동은 광화문에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 10분이면 닿는다.
그런데도 도심 풍경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삼청동을 ‘섬’이라고 부른다. 도심 속의 섬….
옛 추억과 현대식 문화가 절묘하게 뒤섞인 곳. 삼청동이 뿜어내는 독특한 매력이다.

이번 취재를 위해 최근 여러 차례 삼청동을 찾았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가 봤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좁은 보도는 인파로 넘쳐났다.

○ 근대와 현대의 파노라마


삼청동은 ‘3무(無)’ 동네라고 불린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가맹점, 네온사인이 없다는 뜻이다.

“편의점이요? 한때 있었지요. 그런데 장사가 안 돼 결국 나갔어요. 대신 동네 구멍가게가 꽉 잡고 있죠. 프랜차이즈는 도심에 널려 있는데 굳이 여기에까지 있을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삼청동 월전미술관 유영석 학예연구원)

1920, 30년대에 지은 일본식 개량 한옥이 처마를 나란히 하고 들어선 모습이 흔하다.

오래된 목욕탕, 페인트칠한 간판을 단 쌀집은 1960, 70년대 서울의 옛 골목 풍경이다. ‘세탁소+슈퍼’, ‘부동산 중개업소+쌀집’ 식으로 장사하는 가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삼청동 길 끄트머리 ‘재즈스토리’라는 가게에 들어서면 ‘저축은 국력이다’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가 걸려 있다.

그런가 하면 동네 어귀에서는 빨간 티셔츠의 여자가 지붕 위를 걷는 모습이 보인다. 미국의 현대 작가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조각 작품이다.

○ 스토리를 판다

서비스 산업은 3차 산업으로 분류된다. 삼청동은 여기에 감성을 덧입힌 ‘3.5차 산업’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삼청동을 포함한 북촌 일대에 있는 미술관은 57곳에 이른다. 서울 명동의 쇼윈도에 번쩍번쩍한 상품이 전시된다면 삼청동 쇼윈도에는 옹기그릇, 유화, 설치미술 작품 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범상치 않은 가게 주인들의 이력도 삼청동의 매력 포인트다.

‘트래블러스행 아웃-연(緣)’의 이인식(30) 사장은 대학 다닐 때 인도 티베트 등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경험을 살려 지난해 이곳에 가게를 냈다. 책장에는 여행책자인 ‘론리 플래닛’ 영어판이 수십 권 꽂혀 있다.

부엉이와 관련된 접시, 그림, 조각 등 2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부엉이박물관 배명희 관장은 중학교 때부터 부엉이와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지 수집하다 결국 박물관을 차리게 됐다.

‘북카페 내서재’ 정은주 사장은 외국계 은행 프라이빗뱅커(PB)로 일하면서 지친 몸을 달래려고 삼청동을 찾다가 결국 결혼자금을 털어 가게를 낸 경우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선시대 양반의 거주지로 600년 이상의 역사를 담고 있는 삼청동에 현대문화가 유입되면서 ‘스토리’는 현재 진행형”이라면서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의미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삼청동은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 ‘골드미스’들의 거리

삼청동의 독특한 공간 미학은 20, 30대 여성들에게 강하게 어필한다. 인터넷 소모임인 ‘삼청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회원 1만2000여 명 가운데 1만여 명이 여성이다. 삼청동에서 남자들끼리 다니면 어색해 보인다.

특히 경제력을 갖춘 20대 중반∼30대 중반의 ‘골드미스’들에게 삼청동은 특별한 곳이다.


“삼청동 식당들은 ‘테이크 아웃(take-out)’ 커피의 대명사인 스타벅스에서 미국 냄새를 빼고 한국 특유의 분위기를 적신 곳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배낭여행을 갔을 때 파리 뒷골목에서나 느끼던 기분이에요.”(최윤미·30·공기업 사원)


“청소년이나 대학 초년생이 주로 모이는 종로, 대학로 같은 데는 시끄러워서 안 가요. 초라하게 놀고 싶지 않은데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단연 삼청동이에요. ‘소박한 럭셔리’를 바라는 거죠.”(김예슬·25·CJ인터넷 사원)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유진형 책임연구원은 “삼청동의 여유롭고 조용하고 한국적인 전통이 주는 단아함은 세련된 강남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며 “삼청동은 구매력을 지닌 젊은 여성들이 대학생들과 ‘구분 짓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 역설의 경제학


비 오는 날 삼청동을 걸어 본 사람은 안다. ‘지옥’이다. 보도가 좁아 우산을 펼치고는 두 사람이 도저히 지나다닐 수 없다.


차를 끌고 가기도 힘들다.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아 동네를 뱅뱅 돌기 일쑤다. 주차장이 딸린 식당도 거의 없다. 주차는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알짜 상권=교통 좋은 곳’이라는 등식이 적어도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규모의 경제나 효율성도 여기서는 안 먹힌다.


삼청동에서 50평 이상 되는 제법 큰 가게는 ‘삼청동 수제비’, ‘지화자’, ‘더 레스토랑’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은 20평 안팎, 좌석도 많아야 20여 석이다. 한옥 보존지구로 묶여 가게를 확장하기 어렵지만 굳이 넓히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삼청동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삼청동을 찾은 비씨카드 회원들이 이곳에서 카드로 쓴 돈은 2004년 57억6600만 원에서 올해 1∼11월 77억3700만 원으로 급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옥 수석연구원은 “삼청동의 좁은 도로와 낮은 건물은 인간이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규모(human-scale)를 잘 보여 주는 장소”라며 “‘걷는 맛’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처:동아일보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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